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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오늘 하루 당신의 입 안에 무엇을 넣었나요?
gunse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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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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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하루 당신의 입 안에 무엇을 넣었나요?

[제작기] MBC ‘MBC스페셜-지방의 누명’ 강해숙PD
강해숙 PD(트럼프미디어)l승인2016.10.04 11:49:41l수정2016.10.06 20:59


2015년 MBC ‘밥상, 상식을 뒤집다’ 시리즈의 첫 편인 ‘채식의 함정’편을 제작·방송하고 애초 밥상 시리즈를 기획했던 홍주영 작가에겐 풀리지 않는 의문 한 가지가 있었다. 시리즈 두 번째 편인 ‘탄수화물의 경고’부터 투입된 내게 늘 하던 말이 일본에서 취재한 한 의사가 MEC(Meat, Egg, Cheese) 즉, 매일 고기와 달걀 치즈를 먹는 식이요법으로 환자를 치료하고 있는데 도대체 어떻게 그게 가능한지 모르겠다는 것. 얼핏 듣기만 해도 없던 병도 생길 것만 같은 식이인데 병을 치료한다니- 하지만, 그때 그 의문을 풀기에 우리가 가진 지식의 조각들을 합쳐줄 연결고리는 너무도 부족했다.

의문을 뒤로 하고 일단 우리가 주목했던 건 시리즈 2편에서 ‘한국인들의 탄수화물과잉’ 상태를 어떻게 보여줄까 였다. 팔자에 없던(?) 영양학 공부를 하면서 ‘설탕이 탄수화물이라고? 과일도? 달달한 커피도?’ 충격에 휩싸여 있던 그때, 불과 몇 달 후에 내가 가진 상식을 뒤흔드는 더 큰 충격과 마주할 것이라는 건 상상도 못했었다.

▲ MBC ‘MBC스페셜-지방의 누명’ ⓒMBC

탄수화물의 경고 1, 2부를 방송하고 ‘설탕은 탄수화물이야’ 정도는 자신 있게 말 할 수 있게 됐을 무렵, 우리의 실험을 도와주었던 분자생물학·영양학 정명일 박사와 담소를 나누다 ‘탄수화물을 줄이고 나니 도대체 먹을 게 없어요’라고 푸념하고 있었는데 박사님은 너무도 심플하게 ‘버터와 삼겹살 드세요’라고 충고하시는 게 아닌가?

“지방은 쌓여서 혈관을 막히게 하잖아요?”라는 한국인 열이면 열, 앵무새처럼 똑같이 던질 질문을 하는 내게 정 박사는 웃으며 이런 대답을 내놓았다. “호수에 돌을 던지면 당연히 물결이 일겠지요? 그게 자연의 물리학적 반응이라고 하면 사람 몸은 그렇지 않아요. 지방을 넣는다고 지방이 쌓인다? 세포와 세포가 유기적으로 얽힌 생명체인데 물리학의 잣대로 생각하면 안돼요.”

그리고 이어진 박사님의 생물학 강의와, 본인은 탄수화물을 적게 먹는 대신 그 자리를 양질의 지방으로 채운다는 선뜻 믿음이 가지 않는 얘기는 그저 놀랍기만 했다. 탄수화물을 줄이는 식단의 대안으로 그렇다면 ‘그 줄인 빈 자리를 비워놓느냐’ 혹은 ‘양질의 단백질로 채우느냐’를 고민 하고 있던 그때, 지방은 우리에게 전혀 그 고려의 대상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탄수화물의 경고’ 다음 편을 준비하면서 나와 홍주영 작가가 만난 놀라운 명제는 바로 ‘먹는 지방은 우리 몸에 쌓이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그동안 우리는 왜 먹는 지방이 살을 찌우고 혈관을 막고 온갖 질병을 만든다고 생각해온 것일까?

▲ MBC ‘MBC스페셜-지방의 누명’ ⓒMBC

잔잔한 호수에 누군가가 툭하니 돌을 던지고 반복되는 잔물결처럼 물음은 끝도 없이 밀려왔다. 국내에 몇 안 되는 저탄수화물 고지방 식이요법을 지지하는 젊은 의사들을 어렵게 찾아서 만나고 관련 논문을 읽고 공부했다. 어떤 날은 식음을 전폐하고 소수의 사람들에 의해 운영되고 있는 고지방식 커뮤니티에 접속한 채 사람들의 몇 년 치 기록을 읽고 또 읽다가 탈진하듯 잠든 적도 있고, 꿈에서조차 혼란에 시달리다가 다음 날 일어나자마자 다시 자료를 들추며 토론하는 날의 반복이었다. 그만큼 나조차도 믿기지 않는 이야기였으니까.

‘탄수화물의 경고’ 편에서 일본 사람들의 당질제한 식이를 소개하면서 과일의 단맛이 어떻게 탄수화물이냐고 묻는 한국 사람들의 생각을 구석기에서 신석기 즈음으로 바꿀 수 있으려나 기대했는데, 지방의 숨겨진 이야기는 ‘아직 구석기를 사는 사람들에게 스마트 폰을 써보라고 내미는 모양이 아닐까’가 제작진의 가장 큰 숙제이자 고민이었다.

실제로 자문을 얻기 위해 전화한 대학병원에서 ‘그따위 말도 안 되는 팩트(사실)로 시청자를 호도(?)하지 마라. 만약 그런 주제로 방송한다면 의사들이 단체로 성명서를 낼 수도 있다’고 협박(?) 아닌 협박을 하는 의사도 있었다. 또 저탄수화물 고지방 식이요법으로 1년 동안 30kg을 감량한 출연자 미국인 알트 몬토야씨의 이전과 현재 건강상태에 대해 코멘트를 듣기 위해 섭외하려 했던 알트씨의 한국인 주치의는 알트씨가 다이어트에 성공한 핵심은 지방이 아니라 단백질이니 말도 안 되는 소리하지 말라며 우리에게 화를 내며 일장 연설을 했다.

알트씨 본인이 분명 지방을 먹고 살을 빼고 건강을 되찾았다고 하는데도 주치의는 인정할 수 없다고 하니 아이러니한 상황이 아닐 수 없었다. 알트씨가 틈틈이 체크해놓은 건강검진 결과가 없었다면 결국 누구도 믿지 못할 이야기가 됐을지도 모르지만. 삼겹살은 사랑하지만 먹고나서 죄책감을 느끼는 것 만큼 지방에 대한 사람들의 혐오와 불신은 컸고 닭가슴살과 헬스장으로 대변되는 우리나라 다이어트 산업은 견고했다.

‘지방의 누명’을 시작하면서 팀 전체가 저탄수화물 고지방식이를 시작했다. 믿음이 있어야 사례자들을 만나고 전문가들에게 질문을 하고 식이실험자들을 독려할 수 있었으니까. 결과는 놀라움의 연속이었다.

▲ MBC ‘MBC스페셜-지방의 누명’ ⓒMBC

방송 일을 시작한지 햇수로 15년, 항상 부어있었고 저질체력과 온갖 잔병치례의 대명사였던 나는 7kg정도 살이 빠지고 단 한 번의 골골거림도 없이 스웨덴, 일본, 미국 3개국 촬영을 다녀왔고, 5개월 동안 쌓인 엄청난 분량의 촬영본을 쪼개 2부작 편집을 별 탈 없이 해냈다. 평소 나를 걱정하던 내 지인들은 놀라워했다. 뜬금없이 몸이 좋아졌다던가 없던 에너지가 생긴 건 아니냐 할 수도 있겠지만 나는 확신한다. 지난 3개월 동안 내가 먹은 음식이 바로 지금의 ‘나’임을.

방송이 나간 후 사람들의 반응을 체크하면서 가장 기쁜 말은 ‘버터를 사서 맘껏 먹었어요’가 아니라 ‘마트에서 장을 볼 때 이제는 성분표를 꼼꼼히 봐요’라는 말이다. 프로그램은 2부 내내 지방의 누명을 벗기고 있지만 사실 우리가 하려던 이야기는 바로 이것이었다. “오늘 하루 입속으로 무엇이 얼마나 들어갔는지 당신은 알고 있습니까?”

이 단순하지만 너무도 중요한 물음이 사람들에게 각인됐다면 더할 나위 없겠다.


강해숙 PD(트럼프미디어)  webmaster@pdjourn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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